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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43] 우리는 다르다. 그만큼 고생했어

가치를 만드는 지식 혁신가 2024. 3. 2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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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이 대학생 시절, 하버드대학 비밀 엘리트클럽으로부터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이라는 사이트의 제작을 의뢰받는다. 이를 계기로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Facebook)’이 만들어 졌다.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입한 이후 비밀 엘리트클럽인 ‘파이널 클럽’(Final Club)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파이널클럽과 같은 오랜 전통을 가진 사교모임 회원이 되면, 각계 유명 인사들과 쉽게 인맥을 만들 수 있어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2. 하버드대 파이널클럽은 미국 사회지도층이 될 만한 학생들이 모이는 클럽으로 유명하다. 1800년대 후반에 설립된 파이널클럽은 비밀조직으로 운영돼 왔으며 기존 회원 추천만으로 들어갈 수 있다. 회원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 진다. 파이널클럽은 사교클럽 8곳 - 피닉스SK(Phoenix SK) 에이디(A.D.) 아울(Owl) 폴셀리언(Porcellian) 팍스(Fox) 델픽(Delphic) 플라이(Fly) 스피(Spee) 등으로 구성된 연합체를 말한다.

3. 빌게이츠는 팍스클럽 출신이다. 14년간 MS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게이츠의 오랜 사업 동반자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역시 팍스클럽 출신이다. 발머는 “팍스클럽 회원이었던 게이츠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늘 방에 앉아 철학적인 사색을 하는 학생이었다. 그는 항상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밝히고 있다.

4. 예일대는 183년 전통 비밀사교클럽 ‘해골단’(Skull and Bones)이라는 비밀단체가 있다. 해골단은 많은 회원을 받지 않는다. 한 해 15명 정도 예일대 최고 엘리트만 가입시킨다. 실제 해골단에서는 제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아버지 조지 부시(제41대 대통령)와 아들 조지 부시(제43대 대통령) 등 대통령 3명과 수많은 고위 인사를 배출했다. 해골단 입단식에서 신입단원은 진흙탕에서 레슬링을 벌이며, 상급생들은 윗 층에서 오줌을 뿌리는 전통이 있다. 신입회원은 관에 나체로 누워 자신의 성체험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 이같은 명문대 남학생들 비밀클럽은 ‘프래터니티’(Fraternity)로 불린다.

5. 사회적 배타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미 명문대학 대부분은 프래터니티 활동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왜 비밀 단체에 힘들게 가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결국 그만한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해괴한 신고식을 기꺼이 감내한다.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1959년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과 저드슨 밀스(Judson Mills)는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뭔가를 얻은 사람은 작은 노력으로 같은 것을 획득한 사람보다 성과에 대해서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자신이 큰 고생을 했거나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은 일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라고 한다.

6.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은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이 행사에서는 아프간에서 목숨을 걸고 전우들 시신을 되찾아온 2017년 수상자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여 미국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을 조사하면 군인은 경찰관, 소방관과 함께 항상 상위 10위안에 들어간다. 기꺼이 목숨을 던진다는 미군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7. 혹독한 훈련을 받는 군인들은 자부심이 특별하다. 해병대 자부심은 의뜸이다. 해병은 전원이 지원병이다. 힘들고 거칠기로 유명한데도 평균 3.5~5 대 1의 지원율을 유지하고 학기 말, 학기 초엔 10 대 1까지 치솟는다. 해병대 훈련을 통과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는 믿음은 “우리는 다르다”는 엘리트 의식을 낳고, 이게 기반이 되어 전역 후에도 끈끈한 전우애를 유지하고 있다.

8. 해병대와 같은 엘리트 의식을 심는 방식으로 노력 정당화 효과를 활용하는 곳은 유명MBA 코스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과 같이 최고 수준 MBA 과정을 가르치는 대학들은 학생들이 쉴 새 없이, 때로는 거의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학업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노력 정당화 효과를 만든다. 거의 밤 세워 프로젝트를 하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다른 동료로부터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혹은 과정에서 낙오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9. MBA에 들어오기 전 부터 이미 유능한 인재들이었다. 기존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들이고, 좋은 학교에 다녔고,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힘들게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가 아주 중요한 경력을 쌓았다고 느끼게 해야 더 큰 성취감을 얻게 되고 강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노력 정당화를 통한 자부심 효과다. 해병대 방식의 전략은 만년 꼴찌가 5년 연속 우승팀이 되도록 하는데도 사용되었다. 우리은행 농구단의 이야기다. 드라마틱한 성장 뒤엔 위성우 감독이 있었다. 그는 선수 시절 식스맨으로 벤치를 전전했다. 하지만 그만의 지독한 훈련 프로그램과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는 전략을 통해서 지도자로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10. 우리은행 농구단에서 하는 지옥훈련은 이미 농구판에서 악명이 높다. 그는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다른 팀들이 오후 훈련을 3시 30분부터 7시까지 3시간 남짓 하는 동안 위 감독은 밤 10시까지 훈련을 시켰다. 선수들은 "훈련장을 지나가는 개가 부러울 만큼 훈련이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강한 훈련을 통과한 선수들은 해병대원과 같은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게 된다. 그렇게 이루어낸 1승은 ‘패배의 악순환(vicious cycle)’을 ‘승리의 선순환(virtuous cycle)’ 구조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결국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번 연속 우승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