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의 작용은 다르다.
1. 이성은 감성과는 다른 작용을 한다. 이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감정만으로 참사가 발생하는 경우를 보자. 가장 좋은 사례는 타이타닉(Titanic) 호가 침몰한 사건이다. 당시 타이타닉 호는 ‘침몰할 수 없는 배’였다. 그 이유는 선체가 구멍이 뚫리기 쉬운 일체형 선체가 아니라 선박 앞부터 뒤까지 16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건조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4곳 혹은 그 이상 많은 곳에서 물이 샐 가능성은 1백만 분의1 정도도 안 될 것이라 추정되었다.
2. 하지만, 타이타닉 앞에 빙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등 항해사는 위험의 순간 오직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감정적 판단을 통해 충돌을 모면하려고 했다. 결국 빙산을 옆으로 스쳐갔지만 선체는 너무 많이 빙산과 충돌되었다. 이성적인 판단이었다면 정면으로 빙산과 충돌했어야 했다. 그러면 몇 명의 부상자가 생겼을지 모르지만 선박은 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의사결정은 1500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우리의 뇌는 이성적이지 않다.
3 우리는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다.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이 데카르트에서 비롯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성적이지 않다. 신경과학자 조셉 레독스(Joseph LeDoux)는 <느끼는 뇌(The Emotional Brain)>에서 꽤 많은 경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하게 되고, 향후 자신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여길만한 이유로 둔갑 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인간은 비이성적이다 라고 정의했다.
4.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의 뇌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쓴 <데카르트의 오류(Descartes’ Error)>에서는 누군가의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일부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5. 다마지오는 엘리엇(Elliot)이라는 환자를 담당했는데, 그는 뇌종양 제거수술로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손상된 사람이었다. 이 부분은 감정과 사고를 종합해서 감정을 통제하고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다. 뇌가 감정과 이성을 통합 관장하는 곳이다. 그런데 실험을 통해 디마지오는 엘리엇이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6. 엘리엇의 직업은 대기업 경영진이었다. 수술 후 그의 IQ(이성적 능력)는 변함이 없었다. 기존의 관념으로는 비록 감정은 없어도 이성이 완벽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더욱 완벽해야 한다. 하지만 엘리엇의 판단 능력은 완전히 손상되었다. 그는 식사장소도 결정할 수 없었고, 누군가와 약속을 정하는 간단한 일도 할 수 없었다.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아주 작은 결정조차 망설였다. 충격적이다.
7. 감정이 없으면 인간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복잡한 이성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감정은 지름길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의 어려움을 인간은 감정을 통해 해결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성을 돋는 유활유’라고 감정을 지칭한다. 그래서 조셉 레독스는 감정 시스템이 잘 작동되어야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이성보다 감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