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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29] 소유 효과와 가상 소유권 심리

가치를 만드는 지식 혁신가 2024. 3. 1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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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홈쇼핑 채널들 마다 사용하던 ‘100% 환불, 반품 보장’ 마케팅을 이제는 소셜 커머스 업체들 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조건도 좋다. 한번 입어보거나 사용해 봤어도 소비자가 구입을 한 후에 마음에 안 들면 조건 없이 환불해주겠다는 ‘무조건 환불 보장’이다. 당연히 기간에 대한 제약은 있다.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정도 기간이면 대부분 제품을 완벽하게 사용해볼 기간이다. 추가해서 환불 배송비 무료서비스도 한다. 좋은 세상이다. 분명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일부 약삭빠른 소비자들은 구입한 후 반품하기를 밥 먹듯 한다. 분명 극소수다. 반품비율은 1% 내외라고 하니, 생각보다는 반품이 적은 듯하다. 대부분은 한번 받으면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조금 맘에 들지 않아도 말이다. 이런 현상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했다. 내가 소유한 것들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이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情)의 효과’ 같은 거다. 정들어서 쉽게 버리지도 못한다.

3. 경제학 관점에서 소유효과는 재미있는 실험대상이다. 듀크 대학의 경제학자 댄 애리엘리(Dan Ariely)는 대학 농구 결승전 입장권 가격 실험을 했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표를 구하려면 며칠 전부터 매표소 밖에서 밤을 새며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차례가 되도 추첨을 한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며칠 밤을 꼬박 기다렸어도 표를 못산다. 애리엘리는 마지막 순간 추첨에서 떨어져 표를 못 구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표를 구할수 있다면 얼마에 사겠냐고 물어보았다. 100명에게 문의를 한 결과 그들이 제시한 가격 평균은 170불이었다.

4. 표를 구한 운 좋은 사람들에게 표를 팔아야 한다면 얼마를 받아야겠냐고 물었다. 역시 100명에게 물어보았는데, 이때 평균 가격은 무려 2,400불이었다. 자그만치 15배 차이가 난다. 잠깐 소유한 것만으로도 차이는 매우 컸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면, 종종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게 만든다. 주식투자자들 겪는 문제가 있다. 소유한 주식을 오래가지고 있을수록 주식을 못 판다. 한번 고점을 경험하면 그것보다 낮은 가격이 되었을때 매도를 못하는 것도 소유효과이다.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못 샀거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고 계속 시도하게 되는 마음을 가리켜 ‘가상 소유권(Virtual Ownership)’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또한 소유효과를 설명하는 심리적인 기제이다.

5. 이러한 가상소유권 심리를 교모하게 활용하는 것이 경매회사들이다. 미 스탠포드대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 교수팀이 구매 행위를 결정하는 뇌 활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넛슨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네기 멜론대의 연구팀과 함께 26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에게 MP3 플레이어, 고디바 초콜릿, 스탠포드대 티셔츠 등과 같은 물품을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먼저 물건을 보여준 뒤, 잠시 시간을 두고 제품 가격을 보여줬다. 다음으로 제품과 가격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준 뒤, 최종적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6. 인상적인 것은 그 다음이다. 가격을 보여주자 마치 큰 고통을 당한 것처럼 고통 중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격을 고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는 계산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분이 반응을 보였다. 쾌락과 고통, 그 크기를 비교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쾌락중추 반응이 큰 사람일수록 구매 가능성도 높았다. 이 실험을 통해 넛슨 교수는 고통이 아닌 쾌락을 느낄 때에 뇌가 구매결정을 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뇌는 뭔가를 소유하도록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쾌락중추 반응은 소유효과를 설명하는 중요한 현상이다.

7. 소유했던 것을 놓치기 싫은 성향은 오랫동안 지내왔던 사람, 장소 그리고 조직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심리 전문작가인 이현수는 「왜 이직하면 전 직장이 그리워질까?」라는 흥미로운 칼럼을 썼다. 유 과장은 최근에 B사로 이직했다. A사에서 7년간 일했고, 첫 직장이었던 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B사는 규모가 훨씬 컸고, 부서 책임자로 가는 것이다. 연봉도 이전보다 높았다. 그런데 들어오고 보니 이게 웬 일인가. 실질 연봉은 큰 차이가 없고, 업무 수준도 낮았다. 부서 분위기에 쉽게 융화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을 뽑아 준 박 이사는 끊임없이 실력을 보여주게!하고 부담을 준다. 유 과장은 기존 직장을 그리워했다.

8. 과거 소유했던 자신의 네트워크, 경험 그리고 안정감에 대한 향수가 작동한다. 과거 소유했던 것이 더 크게 보이는 <현상유지 편향> 때문이다. 현상유지 이면에는 기존 것들과 끊임없이 비교우위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다. 즉, 다른 것으로 바꾸려할 때 굳이 바꿔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인 명성과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