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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30] 조조와 신정아 본문
1. 삼국지 영웅인 조조(曹操)가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계기는 평판을 확산시키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조조의 어린시절은 야심만 가득한 청년이었다. 그는 교현을 통해 평판관리를 했다. 교현은 후한 말기 관료로 성격이 강진하고 청렴하여 명성을 얻고 있던 인물이다. 교현이 낙양에 잠시 있을 때, 조조를 보고는 감탄하여 “나는 천하의 명사를 많이 봐왔지만, 자네와 같은 자는 보지 못했네. 나는 늙었으니, 처자를 자네에게 맡기고 싶네.” 라고 말하였다. 이 일로 조조는 명성을 얻었으며, 건안(建安) 7년(202년)에 조조는 군을 이끌고 교현이 잠들어 있던 무덤 곁을 지나갈 때 예의를 갖추고 제사를 지내는 한편 제문을 올렸다.
2. 조조는 인물 전문가인 허소에 의해서도 평가를 받았다. 허소는 매 달 몇몇 사람들을 평가하여 인물평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월단평이라고 불렀다. 허소는 조조를 보고 “그대는 태평성대에는 간적이고, 난세에는 영웅이네” 라고 말하였다. 조조는 교현과 허소를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조조는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알려줄 좋은 조력자들을 찾아서 활용했다.
3. 평판을 널리 알리는 데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매개체가 대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연결하는 것이다. 조조는 교현과 허소와 같은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한 것이다. 회사에 속해 있으면 조직 영향력과 브랜드가 나의 평판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삼성에서 임원이 되면 경영자로서 인정받는 것도 삼성이라는 영향력과 브랜드가 있기에 가능하다.
4. 한국에서 개인은 어느 곳에 속해 있는 가에 따라 영향력과 브랜드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것이 결혼정보회사 등급표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회적 트랜드를 반영하기도 하고, 결혼 과정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는지 종종 알려지게 된다. 최근 알려진 몇몇 결혼 정보회사 등급표에는 직업과 조직에 따른 등급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근무자도 20대, 50대, 100대 기업에 따라 나눠진다. 4대 그룹에 포함된 경우에도 등급은 중간보다 낮다. 의사, 변호사 등과 같이 전문직이 되면 상위에 속한다. 내가 속한 직업군이나 조직에 따라 등급이 확정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5. 2007년 신정아 사건은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신 씨와 인연을 맺은 미술계ㆍ대학가ㆍ불교계 인사 등으로 여파가 확산되며 문제가 심화됐다. 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등 정계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젊은 나이에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으로까지 선정되며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통하던 신 씨의 위상은 이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신정아라는 사람이 어떻게 정관계에서 신뢰를 쌓아가게 되었는가 이다.
6. 신정아가 보여준 학력에 대한 신뢰가 그 첫 번째였다. 그녀는 동국대 교수임용과 2008 광주 비엔날레에 지원할 때 1994년 캔자스 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로 학사학위(BFA)를, 1995년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2005년 예일대에서 미술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기재하였으나 실제로는 중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캔자스대 서양화 학부과정을 중퇴하였다. 있지도 않은 예일대 미술사 박사라는 타이틀로 후광효과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위조된 학력으로 만들어진 1990년대 중반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출발해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그리고 동국대 조교수자리는 각계각층 중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된 것이다.
7. 그녀가 속한 미술관과 대학은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공부해도 자리 잡기 힘든 좋은 자리이다. 신정아는 거짓 학력에도 불구하고 한번 좋은 자리를 잡고 나서는 누구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조직이 가진 후광효과 덕이었다.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사업을 할 때도, 우린 끊임없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보다 먼저 어느 조직에 있었는지를 본다. 평판 좋은 기업에서 경력이 있다면 조금더 유리하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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